공공 AI 사업, 요구사항에 AI 기능을 넣기 전에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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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BLEM FIRST 키워드와 "AI 기능보다 먼저 정할 업무" 부제, 여러 줄의 요구사항 중 한 줄만 업무 상자로 이어지는 하이퍼이지 블로그 커버

공공 클라우드 전환 사업의 요구사항을 읽다 보면, 목록 끝에 AI 기능이 한 줄 들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 내용을 자세히 보면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일이 전부이고, GPU를 들이거나 AI 에이전트를 도입할 계획은 따로 없습니다. 디지털데일리가 2026년 9월 30일 취재수첩에서 소개한 한 공공기관의 사례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부문 AI 전환을 밀고 있다 보니 발주기관은 사업계획서에 AI가 한 줄도 없으면 뒤처진 사업처럼 보일까 신경을 쓴다고 합니다. 사업자는 평가 점수를 받으려고 기능을 끼워 넣고, 사업이 끝나면 아무도 쓰지 않는 챗봇이나 추천 기능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연구자가 하던 반복 업무부터 AI 에이전트에 맡긴 사례

디지털데일리는 9월 29일,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연구 업무에 쓰기 시작했다고 보도했습니다. 7월에 원장이 총괄하는 AX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연구자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합니다.

에이전트가 맡은 일은 연구자들이 원래 손으로 하던 일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국제기구 등 16개 출처의 해외 지식재산 소식을 모아 중복을 걸러 내고 한글로 요약하는 일, 매달 통계를 뽑아 전월·전년 대비 증감률을 계산하는 일, 지역 특산품 1,825개를 모아 상표 출원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지막 작업으로 상표가 출원되지 않은 특산품 660개까지 찾아냈습니다. 에이전트는 모두 내부 연구용으로만 쓰고, 대국민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떤 업무를 누가 얼마나 반복하고 있는지가 먼저 정해져 있었고, 그 업무에 쓰는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도 분명했습니다. 앞에서 본 클라우드 전환 사업과 비교하면, 차이는 AI 기술 수준보다 어떤 업무를 바꿀지 먼저 정했느냐에 있었습니다.

하이퍼이지가 먼저 확인하는 것

공공 과제를 검토할 때 하이퍼이지는 기능 목록보다 아래 질문을 먼저 확인합니다. 문제 정의는 사람이 하고, AI는 정의된 문제를 실행한다는 AI Native 원칙을 공공 사업에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어떤 업무를 바꾸나요?

"민원 응대 고도화"처럼 범위가 큰 목표는 그대로 개발하기 어렵습니다. 어느 부서의 누가, 일주일에 몇 번, 어떤 자료를 찾아 무엇을 판단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지식재산연구원이 "해외 기관과 전문매체를 일일이 찾아 번역·요약하던 일"부터 시작한 것처럼, 업무 이름이 구체적일수록 성과를 재기도 쉽습니다.

그 업무의 데이터는 어떤 상태인가요?

업무가 정해졌다면, 그다음은 그 업무에 쓰는 데이터를 보면 됩니다. 문서가 스캔 파일로만 있는지, 부서마다 같은 항목을 다른 이름으로 적고 있는지, 개정 전 기준이 섞여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이 상태로는 AI를 연결해도 정확한 답이 나오기 어렵습니다. 사내 문서를 AI에 연결할 때 생기는 문제는 RAG 운영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사업이 끝난 뒤 누가 운영하나요?

공공 사업은 준공과 함께 개발사가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뒤에 문서가 바뀌면 누가 반영하는지, 답이 틀리면 누가 고치는지 정해 두지 않으면, 처음 몇 달만 쓰이다 멈추기 쉽습니다. 운영할 사람이 없다면 AI 기능을 넣지 않는 편이 기관에는 오히려 낫다고 봅니다.

AI 기능, 꼭 넣어야 할까요?

전자신문은 9월 29일, 경기도의회에서 AI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한 도의원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무엇을 하지 않을지 정하는 것도 정책이고, AI 사업이 몇 개인지보다 실제 성과를 보겠다는 내용입니다. 앞에서 본 디지털데일리 취재수첩도 클라우드 전환이 목적이라면 전환부터 제대로 하고, 꼭 필요하지 않은 AI 기능은 사업에서 빼는 편이 낫다고 마무리했습니다.

물론 모든 사업에 같은 답이 맞는 건 아닙니다. 업무와 데이터가 이미 정리된 기관이라면 전환 사업에 AI 기능을 함께 넣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기관이라면 이번 사업에서는 데이터 구조부터 정리하고, AI는 다음 사업에서 업무 하나를 골라 적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제안요청서에 AI 항목 한 줄을 넣기는 쉽습니다. 그 기능이 사업이 끝난 뒤에도 쓰이려면, 요구사항을 쓰기 전에 어떤 업무에 쓸지, 누가 운영할지부터 정해 두어야 합니다.

참고 기사